1950년대 문학
* 시대적 배경
이 시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부분은 6·25가 진행되는 1950∼1953년까지이고, 둘째 부분은 1953년 이후이다.
첫 시기는 6·25로 인해 인구의 사회적 이동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극도에 달한 시기였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반공 이데올로기가 정착, 강화되었고 냉전적인 사고가 지배하게 되었다. 두 번째 시기인 1953년 이후는 전쟁 기간의 산업 시설 파괴로 인해 경제난이 심각해졌고, 피난민의 급증으로 인해 실업 문제 등이 대부되어 사회적 불안이 더욱 심화되었다. 비극적 체험과 상흔은 생존의 어려움과 회의를 안겨 주었으며, 패배 의식과 허무주의를 심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렇나 시대 배경은 전쟁 체험, 현실 참여, 전통 지향 등의 주제로 문학에 반영되어 나타났다.
전후의 불안한 정치,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허무주의, 실존주의적인 경향이 대두되었다. 특히 6·25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문화의 본격적인 유입이 이루어졌다.
*실존주의 문학 –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현상을 부조리로 보고, 본질보다 구체적 실존을 중시하려는 사상이 실존주의이다. 기독교적 실존주의, 무신론적 실존주의, 행동적 실존주의가 있다. 이는 사르트르, 카뮈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 사조는 1950년대 전후의 한국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 이 시기 시문학의 특징
– 전쟁 체험의 형상화 : 전쟁 체험을 시로 형상화하였다. 전후의 가치관 또는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였다. 즉 전쟁의 비극, 휴머니즘의 부활을 주제로 삼았다. 유치환의 ‘보병과 더불어’, 조지훈의 ‘다부원에서’, 구상의 ‘적군 묘지 앞에서’, 김종문의 ‘벽’ 등
– 모더니즘의 시와 현실 참여 의식 :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 아래 <후반기>를 중심으로 한 일군의 모더니즘 시인이 등장했다. 모더니스트 중에는 1950년대 후반 이후 사회 참여 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시를 쓰는 경향이 증폭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이후 ‘순수와 참여’라는 문학 논쟁의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전봉건, 김수영, 박인환, 김춘수 등
– 문명 비판적 성향의 시: 현실 인식과 문명 비판적 성격. 전후의 비참한 현실이나 사회 부조리, 불안 의식 등을 작품화하였다. 구상, 신동문, 신동엽 등
– 전통적 순수시 추구 : 현실 인식의 주지적 경향과 함께 한국 현대시의 맥을 형성한 것은 전통적 순수시를 계승 발전시킨 것이다. 박목월, 유치환, 박두진, 박성룡, 서정주, 박재삼, 이성교 등
– 주지적 서정시 발표: 현실에 대한 지적 인식을 바탕으로 도회적 서정시를 썼다. 기법 면에서 주지주의적 경향을 보이면서도 주로 서정성을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김광림, 전봉건, 김종삼 등
– 기타: 이동주는 애(哀), 원(怨), 한(恨)이라는 한국의 전통적 정서를 추구하였고, 송욱은 현실 생활에서 비뚤어진 모습을 반영하는 비시적 일상어를 대담하게 시 속에 끌어들이는 특성을 보였으며, 조병화는 현실 긍정, 인간성 옹호의 인생파적 로맨티시즘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많은 신인들이 등장하여 각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 문학사적 의의
– 전쟁 체험의 문학 등장: 전쟁의 체험과 전후의 사회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전쟁으로 인한 물질적 피해와 정신적인 피폐, 인간성 상실의 문제, 분단 현실의 아픔, 절망적인 시대 상황 등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쓰여졌다.
– 현실 참여와 순수 문학 지향의 두 흐름: 전후 문학은 전쟁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 참여의 주지주의 문학과 전통 지향적인 순수 문학의 두 가지 커다란 흐름을 형상화하였다. 1920년대 이래 서정시의 전통을 이어받은 전통적인 경향의 시와 현대적인 감각과 지적인 태도를 중시하는 모더니즘적인 시의 대립적 국면이 전개되었다.
* 작가와 작품
> 박인환 : 1946년 시작(詩作). 광복 후의 혼란과 전쟁 후의 초토를 배경으로 하여, 도시를 제재로 한 서정시 창작. ‘박인환 선시집’, ‘목마와 숙녀’ 등
> 김경린 : 해방 후 <신시론>, <후반기> 등의 동인으로 모더니즘 운동. ‘지평을 그으며’, ‘분실된 주말을 위하여’ 등
> 김수영 : 광복 후 박인환 등과 모더니즘 시 창작. 1950년대에 이르러 새로운 의미의 서정 시인으로 등장.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 ‘조고마한 세상의 지혜’, ‘자장가’ 등
> 유치환 : 생활과 장녀, 애련과 의지, 허무와 신 등을 노래하는 어조의 시. ‘생명의 서’, ‘제9시집’ 등
> 김상옥 : 섬세하고 영롱한 언어를 구사. 해방 후 시조보다 시쪽에 기움. ‘고원의 곡’, ‘이단의 시’ 등
> 구상 : 원산에서 시집 ‘응향’의 동인으로 활약. 현실 고발이 작품이 주조를 이룸. 시의 생명을 기법보다 사상에 둠. ‘폐허에서’, ‘적군 묘지’, ‘초토의 시’ 등
> 김광림 : 전통적 서정주의를 거부하고 저항 의식을 형상화한 시를 발표. 주지적 서정파라 불림. ‘상심하는 접목’, ‘심상의 밝은 그림자’ 등
> 전봉건 : 1950년대 이후 시작(詩作) 활동. 월간지 ‘현대 시학’을 간행. ‘사랑을 위한 되풀이’ 등
> 김종삼 : 초현실주의 경향의 특이한 소재와 표현 기법의 단절 및 비약으로 주목. ’12음계’, ‘음악’, ‘민간인’ 등
* 기타 자료 소개
분단의 비극은 1950년 6·25 전쟁으로 폭발한다. 1950년대는 6·25 전쟁으로부터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어지는 소용돌이의 시대이다. 전쟁에 의한 피해와 이의 복구는 1950년대의 시대사적 과제였고 전쟁의 비극적 체험과 상흔은 우리 모두에게 인간 실존의 무의미함과 허무주의를 남겨 주었다. 전쟁은 시인들에게 참전과 종군이라는 적극적 대응 방식에서부터 풍자와 역설의 날카로운 비판 정신, 그리고 센티멘탈리즘이나 폐쇄적 자아 의식으로의 굴절 등 다양한 정신적 편차를 드러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와 함께 전쟁은 다시 분단의 고착화를 낳게 되고, 이에 따라 냉전 체제하의 안보의 논리는 그 어떤 이데올로기보다도 신성한 절대불가침의 명제로 굳건히 자리잡게 된다.
1950년대의 시는 전장시로부터 출발한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구상, 박인환, 유치환, 박두진, 조지훈 등 많은 문인들은 이에 대응하여 격시(激詩)를 쓰고 ‘문총구국대’를 조직하여 1·4 후퇴를 전후한 시기에 특히 체계적으로 활동한다. 이러한 와중에 이광수, 김동환, 김억, 정지용, 김기림 등은 납북되고, 설정식, 이용악 등 좌익계 시인들은 월북하고, 박남수, 이인석, 양명문 등은 월남한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하여 문단은 재편될 수밖에 없었고, 분단시대의 문학이라는 멍에를 벗을 수 없는 비극적 현실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한편, 1951년 피난지 부산에서 결성된, 박인환, 조향, 김경린, 이봉래, 김차영, 김규동 등의 [후반기] 동인들은 1930년대 모더니즘의 감각과 기법을 보다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청록파류의 보수적인 서정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현대문명의 메커니즘과 그 이면을 형상화하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1950년대 시단은 중견 시인들의 전통적 서정시와 정한모, 박재삼, 조병화, 송욱, 이형기, 김춘수, 김종길 등 신진 시인들의 휴머니즘이나 전통적인 정한(情恨), 혹은 존재론적 성찰의 시 세계가 여전히 그 중심을 이룬다. 이러한 특성은 분단 이데올로기가 경직화될수록 더욱 뚜렷해져서, 대역사적 목소리의 발로나 분단 현실에 대한 자기 반성적 성찰은 1960년대 이후의 김수영이나 신동엽을 기다려서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1955년 [현대문학]과 [문학예술], 1956년 [자유문학]의 창간으로 인해 [문예] 폐간 이후 공백 상태이던 문단의 지면이 확보되었을 뿐 아니라, 1957년 [한국시인협회]가 결성되어 기관지 [현대시]를 간행하고 국제시인협회에 가입하는 등, 1950년대 후반에 이르러 시단은 새로운 변화와 질서를 모색하는 활발한 기운을 맞게 된다. 그리하여 1955년부터 1959년에 이르는 1950년대 후반에는, [시와 비평], [시연구], [시작업] 등 각종 시 전문지와 시 동인지가 간행되는 한편, 100여 권이 넘는 개인 시집들이 상재되어 가히 현대시의 르네상스를 이루게 되고, 본격적인 현대시의 출발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1950년대 시인들의 거의 모두가 이후 1960년대의 시단의 중견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1950년대와 1960년대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1960년은 4·19 혁명이라는 분명하고도 상징적인 역사적 사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 시기를 10년 단위로 구분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1950년대 시와 1960년대 시 모두가 뚜렷한 시대적 변별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 양승준, 양승국 공저, 한국현대시 400선, 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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